사석원 – 고궁보월

사석원 – 고궁보월

Client 가나아트센터 
Direction 반윤정
Design 홍단  
Work Field 도록, 포스터, 엽서, 전시장 그래픽

봄비가 내리는 밤입니다. 당연히 달은 없습니다. 이쯤에서 전시 준비를 그만 하자고 오늘밤에 마음 먹었습니다. 옛 풍류객이라면 “봄비에 붓을 씻고 술 한잔 마시노라” 같은 어조로 읊조릴 듯한 분위기입니다.

‘古宮步月’을 준비하는 내내 조선의 궁궐을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역사 속을 기웃거렸습니다. 줄곧 궁을 비추는 달처럼 궁안 풍경을 은근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고 싶었습니다.
……
살아 오면서 나는 수 없이 많은 날들을 달빛 아래서 서성거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의 또 아버지의 또 아버지의 아버지도 달빛에 취한 채 그러셨겠지요. 그 밤에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짐작 됩니다. 그 분들이 살았던 시대의 주군인 조선의 왕들은 백성들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고뇌나 또는 희열에 들떠서 달의 그림자를 밟았을 것입니다.

– 사석원 작가 후기 중에서